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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울트라 마라톤 참가 후기

관련 대회:2026년 제 17회 성지순례 울트라 마라톤
김현명 2026. 04. 29. 오후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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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문제인건지.. 게시판에 사진 포함해서 글을 썼더니 안올라가네요;

(오류 : 413: {"message":"request entity too large"} <- 요렇게 나옴)

위 링크의 블로그 글에는 사진 첨부된 동일한 글을 올려 놓았으니 사진과 함께 보시려면 링크 눌러서 보세요.


울트라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다.

​

성지순례 울트라마라톤?

울트라 마라톤 대회 검색하다가 찾은 대회다.

​

난 대회를 신청할 때 완주 메달의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지를 제일 먼저 본다.

(첫 대회도 메달 갖고 싶어서 시작했었다)

​

그런데 이 대회는

메달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

완주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기념품.

‘101km Finisher’ 라고 박힌 바람막이 후드집업.

​

등판에 101KM FINISHER!!!

​

상상 속에서 난 이미 입고 있었다.

​

날씨가 살짝 쌀쌀한 날,

아무렇지 않은 척 걸쳐 입고 나와서

은근히 등을 보여주는 거지.

​

후후..

후후후후..

(아직 신청도 안 해놓고 상상 속에서 이미 완주함)

그리고 또 신기한 게 있었다.

이 대회, 무슨 포인트를 준다고 한다.

​

ITRA, Mountain, UTMB Index....

뭐 이런 포인트를 준다는데 잘 모르겠지만..

​

어쨌든 국제 단체에서 인증하는 거라고 하니

어차피 힘든 거 기록까지 남으면 더 좋지.

정도로 생각했다.

​

그리고 코스도 좀 특이했다.

보통 마라톤은 그냥 정해진 길을 도는 느낌인데

이건 ‘성지 순례’라는 이름답게

여러 군데의 성지들을 방문하며 달리는 코스였다.

​

그중에 눈에 익은 성지 이름 하나.

‘새남터 성지’

약 한 달 전, 동네 근처를 뛰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

그날 처음 가는 길로 달리다가

으리으리한 한옥이 눈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성당이라 더 신기했다.

​

알고 보니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로

많은 선교사들이 희생된 곳이었고

그 처형장 위에 세워진 성당이었다.

​

마침 그 이야기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더 인상 깊었다.

​

나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단순히 길을 달리는 것보다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달린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기도 했다.

​

기념품.

알 수 없는 국제 단체의 포인트.

달리는 경로의 스토리들...

​

결국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든 이 대회를 신청했다.

​

대회날을 기다리며

다양한 준비물들도 사놓고

​

울트라 마라톤 대회 경험이 있는 분에게

조언을 듣고 50km 이상 뛰어보기도 하고

​

식염포도당(처음 보고 좀약인 줄 알았다)이랑

쥐났을 때 효과가 좋다는 크램프턴이라는

에너지젤 같이 생긴 식품 등을 선물로 받아

잘 챙겨두었다.

​

대회 당일 날.

그동안 이 날을 위해 사두었던 준비물을 잘 챙겨서

가방을 쌌다.

​

좀 많았는지.. 가방에 다 안 들어가서

쥬스 한병은 그냥 가기 전에 마셨다.

​

첫 끼는

구운 뽈항정살과 오이깍두기와 밥.​

두번째 끼니는 라면에 계란을 풀어서.​

그리고 대회 출발 전 간식으로 빵과 쥬스로 든든하게.

​

오후 6시 출발인데

4시까지 출발지에 모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

3시 반쯤 도착하려 했는데

밍기적대다가 나가는 시간도 늦었고

버스도 한 정거장 잘못 내려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

​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참가자 등록한 뒤, 받은 배번호표를 붙이고 나니

한 시간도 넘게 남아서 한참을 멍하니 기다렸다.

​

출발 30분 전이되니

아마도 대회 관계자로 보이는 분이 단상에 올라오셔서

신부님들과 도움 주는 분들 소개를 하고

미사..같은 것도 하고 선서 같은 것도 하고..

​

드디어 6시가 되어 시작된 대회는

그 사람 많은 명동 거리를 지나서 한강 까지는

인솔자 유도 하에 다같이 이동했다.

​

서울역 지나갈 때는 응원하러 나와준

고마운 러닝 모임 동료분들과 인사도 하고

​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새남터 성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두가 같이 달리던 형태에서

각자 자신의 페이스로 흩어졌다.

​

대회는 시작했지만 많은 인파 속에서

한동안 마음껏 달리지 못했던지라

한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너무 상쾌했다.

​

30km 정도 가니 첫 CP (Check Point) 가 있었다.

일반 마라톤 대회의 중간 지점에서

물이나 음료 정도를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

여기엔 과일, 샌드위치, 라면, 음료, 박카스 등등

엄청 많고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고 있었다.

​

기분좋게 처묵처묵

그리고 다시 달리기.

거리도 길고 참가자도 200명 남짓이라

이제 다른 참가자를 자주 만나기는 어려웠다.

​

대회 전에 울트라 마라톤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좀 찾아 봤었는데

​

정말 외로움과의 싸움이라던

한 유튜버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날 때쯤

​

저 멀리 보이는 낯익은 얼굴.

​

아까 서울역에서 응원왔던 동료 중 한 명이

근처로 차를 타고 다시 찾아온거였다.

​

간단한 간식도 전해주고

잠깐이나마 같이 달려주면서

정말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

그는 대회 전부터 응원을 오고 싶다며

위치 파악을 위해 시계까지 빌려 주었다.

(테스트 용도로 샀다고 하는 유명 브랜드 GARMIN 시계)

​

단순히 위치 공유용으로 빌린 시계였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대회 내내..

특히 산길에서 거의 생명줄이었다.

​

50km 정도 가니 산 입구에서 대회 관계자 분들이

헤드랜턴을 착용하라고 안내해 주었는데

​

그냥 단순히 이제 산이니까 가로등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길이 이게 맞나...?

랜턴 없으면 바로 코 앞도 안 보이고...

길도... 이게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

순간 생각났다.

아, 이거 무슨 국제단체에서

포인트 준다고 했었는데..

​

이런 길이라서 준다는 거였나.

살아서 나오면 인정, 이런 느낌인거야?

​

대회 안내문에서도

그냥 러닝화 안된다고..

반드시 트레일 러닝화 필요하다고

그랬던 기억도 하나 둘 떠오르고...

​

깜깜하고 아무도 없는 숲 속.

풀벌레 소리 조차 없이 조용한데

왠 나방들만 가끔 랜턴 불빛보고 알짱거리고

​

혼자서 시계만 보면서 가는데...

이 산길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

시계의 네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산 속에서 빙글빙글 엄청 헤매다가

완주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사실 시계가 있어도 익숙치 않아서 몇번 헤매긴 했음)

​

그렇게 산 하나 넘고 길로 나오니...

완전 멘탈이 개털림.

​

젠장...

내 기억에 완주까지 산이 분명

몇개 더 남아 있을텐데...

​

대회 전에 경로에 산이 있으니

중간에 산길이 있는건 대충 알고 있었는데

​

남산 북측순환로를 종종 뛰어 본 경험이 있으니

그냥 그런건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

저번에 50km 정도 뛰어봤는데도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길래

당연히 적당한 언덕이나 평지 뛸 줄 알고

무난하게 완주하겠다고 생각했었지...

​

근데 길이 이럴거라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트레일 러닝 경험은 아예 없었으니...

​

길이 험해지면 양손으로 나무나 돌을 짚으면서

갈 수 밖에 없는 답도 안나오는 길이 자꾸 나왔다.​

그리고 그런 산 속 어딘가에도 성지는 존재했다.

​

처음에야 기분좋게 중간중간 사진 찍으면서 달렸지.

산길 한번 가기 시작한 후로는 사진이고 나발이고

완전 만신창이가 되어서...

​

하지만 그 와중에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는

너무 반가웠다.

​

작년 여름에 당시 최장거리를 22km정도 뛴 상태에서

처음으로 30km LSD를 한 적이 있는데

​

그때 25km부터 다리가 내 다리 같지가 않고

그때부터 아무리 뛰어도 남은 거리가 줄어들 지를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

분명 한참 뛰었는데

겨우 100m 줄어 있고

​

또 뛰었는데도

200m 줄어 있고

​

그 반복.

​

그때는 중간에 뭘 먹어야 되는 것도 몰라서

다 뛴 후에 시야가 붉게 변하고

집에 와보니 발톱도 빠지고 난리였었는데...

이번엔 그게 70km부터 시작됐다.

남은 30km가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

빨리 이 고통을 끝내고 싶어서 뛰다가

도저히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다시 걷다가

​

뭐라도 좀 먹어야 힘이 나서

남은 거리를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음식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으니 먹지는 못하겠고

​

분명 검은 옷을 입고 뛰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옷이 허옇게 변해 있는 걸 보니

​

소금기있는걸 먹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훅가겠다 싶어서

식염포도당을 꺼내서 조금씩 먹었다.

​

핸드폰 방전에 대비하여

보조 배터리를 3개나 챙겨갔는데

그거 다 쓰고..

​

폰에 남아있던 배터리도

한 90km 정도 지점에서

결국 방전.

​

다행히 그 쯤의 지역에서 만난

대회 관계자 분이 자신의 보조배터리를

빌려주셔서 남은 거리동안 다시 폰을 켤 수 있었다.

​

대회 관계자 분들이 종교인 분들이라 그랬나..?

어찌그리 다들 친절하고 천사 같은지...

​

고생고생 끝에 겨우 도착한

마지막 CP 남한산성 입구.

끝난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결승점이라 생각하니

다시 힘이 나서 또 달렸다.

​

드디어 결승선에 들어오자

들리는 박수 소리.

​

메달을 걸어주고

꽃다발을 안겨준다.​

기념 사진 촬영도 해주고

그리고

목욕비라고 노란 봉투 하나.

밥 먹으라고 식권도 하나.

​

게다가 안마사 분들이 대기하고 계시다가

마사지도 해주신다.

​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

하는 안마사분의 물음에

​

발목과 발이요.

그런데 발톱이 아프니

발가락은 만지지 말아주세요.

​

그제서야

오른발 두번째 발가락 발톱이

아프다는걸 인정한다.

​

사실 두번째 산 넘을때 내리막에서

충격이 왔던 그 발톱.

​

그 통증은 이미 익숙했었지만..

뛰면서 계속 안아픈 것처럼 모른척했다.

​

작년 여름 처음으로 30km LSD 후

처음 발톱이 빠졌던 기억.

​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 돋아난 울퉁불퉁한 발톱.

​

그 울퉁불퉁한 발톱은

매끈매끈한 발톱이 새로 돋아나면서

밀려나며 사라져 갔다.

​

이상하게도 그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

결국 대회 시작 몇 주전에

울퉁불퉁한 부분은 다 깎여나가고

매끈매끈한 부분만 남게 된

​

딱 그 자리의 발톱인데...

​

또 빠지겠네.

​

아마도 예전처럼

보라색으로 변했다가 떨어지고

​

다시 그 자리에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올라오겠지.

​

어쩌면 반가울지도?

42.195km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 전

"느려도 끝까지 걷지 말고 완주하자"

라고 스스로 다짐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완주했었다.

​

이번 101km를 뛰기 전의 다짐은 달랐었다.

"힘들면 반드시 잠시 멈추거나 걷자. 대신 끝까지 가자"

뭐 이런 다짐을 했었는데...

​

뛰고 난 후의 든 생각은

이건 뭐 안 걷는게 불가능한 거였는데

별 이상한 다짐을 다했었구만.

이라는 생각이...

뛰는 도중에는 배터리를 아끼려고

폰을 거의 보지 못했다.

​

길에서 마주친 응원과

간간히 걸려온 응원 전화 정도만

겨우 인지하며 달렸다.

​

그리고 완주 후,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워서

이불 속에 파묻혀 핸드폰을 켰다.

​

그리고

러닝 모임 게시판에 올라온

정말 많은 응원 글들을 볼 수 있었다.

​

​

​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

대회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

힘든 일이 닥쳐도

기댈 사람이 없을 수도 있으니

혼자 버티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

그래서 일부러

외롭고 힘들수록

나한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되뇌이며 달렸었다.

​

그런데 막상 끝나고 보니

내가 몰랐을 뿐

이미 충분한 응원을 받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

그렇다면

혼자 버티는 힘을 기르는 것이

좋은걸까.

​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응원해주고 있다고 믿는 게

더 좋은 걸까.

​

아직은 잘 모르겠다.

​

​

그리고

‘101km Finisher’ 라고 박힌 바람막이 후드집업.

이제는 진짜 입을 수 있게 됐다.

​

원래 완주자만 주는거였는데

참가자 전원 지급으로 바뀌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다.

​

...이럴 거면 조금 덜 힘들어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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